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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 지갱 시집

전사의 맹세
이 노래를 부르며 시작하자!



이 한 목숨과 정렬 모두 바쳐
나의 조국과 민중을 사랑하며
고운 새신부의 첫날밤처럼
우리는 혁명을 맞이하자
어머니 조국 하늘 우러러
앞서간 동지를 우러러
한 순간의 시각에서도
순결한 전사로 굳게 서자

비록 동지의 허물 있다해도
결코 실망따위는 하지 말자
가슴 아픈 동지의 모습이라
너와 나 우리들의 모습이다
뜨거운 가슴 속에 불타는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그렇게 우리는 가야한다

적의 총칼앞엔 굽힘이 없는
그런 강철같은 투사가 되고
굳센 동지들과 민중 속에선
인내의 사랑으로 함께 하자
빛나는 한별 우러러 보며
진군하는 혁명의 길에
휘날리는 승리의 깃발
우리가 지키며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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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
명지대 91학번 강경대 학우가 갔다.
시위중 지랄탄,체류탄이 자욱한 속에
백골단에게 집단구타 당해 뇌출혈로 사망했다.
시위진압이 아니고 전쟁이다.
1991년 4월 26일 "반전반핵 양키고홈!"을 외치며 분신한
열사의 추모식을 막 끝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고?
대학이란 곳에서 생활한지 이제 겨우 두달이 되는데
참담한 시위진압으로 눈을 감다니......
그래 그래 우리가 사는 것,
식민지 자본의 노예로 사는 것,
그것은 전쟁이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파쇼와의 전쟁이야.
우린 그렇게 살고 있는거야
일 한 만큼의 댓가를,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최소한의 요구를
외치면서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는거야!
나는 미처 몰랐네
이런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이런 세상에 치열한 고민도 없이 대강 적응하며 지내려던 것을
후려치며 후회한다.
그리고 이젠 전시에 임할 칼을 갈아야겠다.

갠 지갱









돌벤치

민주광장엔 진달래가 붉다
맑은 오월의 하늘엔 구름이 한가하다
그늘이 넓어진 나무 밑에서 나는 책을 읽는다
세상을 올바로 살려는 고민이 부족했음을 느낀 나는
열심히 책을 읽어야 했다

그러나 너무나 좋은 날씨가 날 괴롭혔다
이 좋은 날에 나는 홀로 텅 빈 돌벤치를 지켜야 하나
봄바람이 가슴을 뒤흔들고 가는 오후였다

하지만 나에게도
진달래보다 붉은 얼굴의 예쁜 친구가
사랑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우린 민요를 불렀다
비야 비야 오덜 마라
우리 형님 땅 속에서
살 썩는 내가 풍겨오고
우리 누나 입고있던
흰저고리 얼룩진다

그날이 사랑을 깨달은 맑은 오후였다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바른 길에서 즐겁게 살아간다는
소박한 사랑의 정의를 내릴 수 있었던 오후였다

갠 지갱







민주광장

술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민주광장의 밤은 새벽을 부를 때
술이 이야기한다

힘든 시대 직장잃고 장사 시작한 아버지
더 조여드는 현실에 자신마저 잊고
주정뱅이가 되었다
돈이 없어 싸우고
꿈 많은 자식 많아 싸우고
이리저리 치이는 어머니는
억척같이 생활하시고
자식들 생각에
병도 잊고,고통도 잊었다

나는 나의 꿈이 있고
지금 힘들어도 내가 크면 엄마 아빠 편히 모실거야
대학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졸업해 선생이 되어 돈 많이 벌고
엄마 옷도 맘껏 사드리고
몸빼에 쩔은 몸 편안히......

어려운 사회 어려운 생활에
한 장녀가 울고있다
이제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며
모든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디딜 한 걸음이
너무도 무거워
울고 있다

갠 지갱




대포수
wo ai ni wo xihwan ni ni shi wode tongzhi.


장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작은 몸 만큼이나 큰 장구가 어울리진 않지만
정성어린 채편이 남아 들린다

초라한 자신을 느낄 때마다
힘든 하루하루가 머리채를 잡아 끌 때마다
억척같이 술마시고
오바이트 한 번으로 털어버리는
그 친구가 그 친구다

자신을 그토록 모질게 오바이트 하면서
항상 다정한
친구들에게 항상 무언가 주려고하는
그래서 바삐 바삐 총총걸음치는
그 친구가 내 친구다

아버지의 힘든 노동에 눈물 흘리고
돋암동 철거를 보며 가슴을 치고
뿌연 지랄탄 연기 속에 입술을 깨무는
민중의 딸
진정 사랑과 분노의 가슴으로 투쟁하는
그 친구를
나는 사랑한다

사랑을 가르처 준 그 친구를
나도 사랑한다

갠 지갱




그년

지독한 년!
그년은 모질게도 일찍 일어난다
아침이면 항상 하루를 계획하고
후배들 생각 동기들 생각 선배의 모습 그리며
이빨을 앙다물고 졸음을 쫓는 질긴 년
하루하루 힘든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작은 발을 가진 년
부지런한 만큼 하루를 덤벙거리며 헤엄치는
개구리같은 년
후배들을 만나면
조국사랑 민중사랑으로 참세상을 만들자고
의식화 시키는 빨간 년
또 그렇게 발발거리기 위해
밥도 엄청나게 먹어대는 하마같은 년
다들 잠든 밤에도 잠안자고 뻐티면서
토끼눈을 하고 책을 읽는 무식한 년
느낀대로 생각한대로 밖에 말 할 줄 모르는
단순한 년
그래놓고,
솔직한 사람은 바보다 나는 바보다
외쳐대는 바보같은 년
바보와 선인을 구별 못 하는 멍청한 년이
저번엔 미친년같이 빽빽 구호를 외치다
오지게 두들겨 맞고
머리에 산이 몇 개 솟았었지
고년 꼬시다 싶더니
오늘도 계속 데모질이다

나도 오늘은 고년만큼 데모해야지,

갠 지갱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대장님 갠 지갱

아침에 벌건 눈을 뜨고
찬물에 졸음을 씻어내고 어머니는 밥상에 앉아
하루도 맘놓을 수 없는 무서운 세상에
자식을 내보내기 걱정되는 마음에 딸을 쳐다본다

깊은 어머니의 눈빛아래
입맛은 없어도 꼭꼭 밥을 씹어 넘긴다
한술 푹 떠서 어머니의 사랑을
한곳 한곳 젓갈질에
후배들의 얼굴 하나 하나 담아본다
"다녀오겠읍니다"
별로 기운차지 못한 인사말 뒤에 남는 한마디
어머니 이번에도 경고 맞을 것 같아요

못난 '내꺼' 교육 잘못해
오늘도 전철여행 홀로하여 악대실오르고
못난 후배들 교육 잘못해
깨끗한 얼굴에 먼지 다 뒤집어쓰고 쓱삭
작은 손 힘에 부치는 대걸레질
말끔히 악대실을 화장시키고 소파에 앉는데

그제서야 나타난 '내꺼' 눈에는 눈꼽이 더렁더렁
머리는 밤새 배개와 전투끝에 이리 솟고 저리 솟고누런 이빨 드러내며 씩 웃는다
미안하다며 머리를 쳐박고 드리미는 바람에
욕한번 못하고 조회를 시작한다

동아리를 나가겠다는 태호의 맘을 동기들이 달래주면 좋을 것을
하면서도 손수 찾아가
배꼽잡는 태호의 익살
/뒤에 숨은 그늘에 마음은 무겁다

하지만 대장님은 웃으신다
후배들의 눈망울에 확신을 하신다
덩실 덩실 거울을 보며 춤추는 재영이
툭툭 엉뚱한 소리하지만 맘깊은 광석이
밥사달라 조르는 일호
그래! 태호도 돌아오고야 만다 이번 전수도 힘차게 가리라
권총이 늘어나는 만큼 웃음도 깊어지신다





환자 가족

책상머리에 앉아 꼬박 꼬박 졸고있는
누나를 보고 엄마는
눈이 쑥 기어들어간 게 환자같단다

누나는 엄마보고
혈압이 높으니 절대안정이 필요하다고
어려운 말 써가며 선의사 티를 낸다

내가 늦게들어온 다음날 아침에
밥상에 앉자마자 엄마는
쓸쓸이 말라비틀어지는 게 간염환자같다며
밥이나 집에서 따뜻하게 먹으라고 볶으신다

그러는 엄마의 눈은 가장 발갛게 충혈되 있고
손은 갈라질 대로 갈라졌고
뼈마디 하나하나 기름 한방울 안남았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를 환자라 걱정하는 우리 가족은
통일이 되면
가장 건강한 의식을 가진 가족으로 칭송받을 것이다
건강한 의식은 건강한 노동에서 싹트니까

우리 집만큼 건강히 노동하는
가정 있으면 나와보라그래!

갠 지갱



약속

학교가는 지하철역에서 우린 만난다
우리 데이트시간은 그럴 때 뿐
그래서 만나면 안아주고 싶어도
사람들 많은 지하철역이라
그래도 귀중한 시간은 그 때 뿐

나는 항상 뛰어가 헥헥 거리고
그녀는 항상 그자리에 앉아있다
반갑게 웃으며 맞아주지
그렇게 5분 10분
미안한 줄 알면서도 나는
왜 그렇게 힘들까

그러던 어느날
일어나보니 약속시간 40분후라
한시간이 지나도 기다리는 그녀라
찢어지는 가슴으로 눈꼽때며 달려가보니
그자리 비어 있었네
섭섭한 마음은 못된 놈이고
다행이다 많이 기다리지 않았겠지
학교에 도착해 전화했더니
미안해 나 계속 잤어
이그 이 잠보야 놀리고 끊었지만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마구 기뻤는데 글쎄

혼자 가긴 싫고 놈은 안오고
다시 집에 들어갔는데 전화가 와서
날 안심시킬려고 계속 잤다고......
이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루 종일 울었다
그녀의 사랑에 기뻐서
나의 나약한 관념이 허약한 규율이 미워서
약속시간은 피였고 어기는 것은 피를 짜는 것이었다


갠 지갱




방학


매일 보는 얼굴
매일 하는 얘기
매일 하는 짓
그것이 싫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가?
그 얼굴, 그 얘기, 그 짓이
그리워진다

농활을 마치고 내려간 후배들
지금은 무엇을 하고있나?
학교에 안간지가 나흘
느끼기엔 한해
과연 동아리 방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범민족대회다 뭐다 준비할 게 많을 텐데

서울에 있는 후배가
전화를 했단다
혼자서 학습하고 데모나가느라 바쁘다고
보고싶다고

그럼 그렇지! 나만이 아니었어
여유를 찾으려 했지만 더 괴로왔지
혼자서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느꼈지
우린 생활이 왜 이러지? 우린 왜 공부도 열심히 안하면서 이렇게
한 학기가 지났는데 뚜렷이 한일도 없는 것 같고

이제 개학을 하면 어떻게 하지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서야할까?
이렇게 집에 있으니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는 걸
이젠 제발 마음잡고 공부하라고
앞으로 살아가는 방향은 어디에 있을까?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내일은 후배만나는 날
열심히 살아가려고 고민하는 후배
못난 선배라 용서해다오
왜 나는 열정이 식었을까?
그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나를 채찍질 하자
많은 고민을 혼자서 생각하노라면 골이 빠게지니까
만나서 해결하자 그래
풀리던 안 풀리던 난
고민만큼만 살아야지
내일은 후배만나러 가는 날
그렇게 길던 방학이 끝나는 날


갠 지갱



사랑, 삶


우리 사는 건
왜 이리 힘드나

하루에도 몇번씩
강의실과 민주광장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집과 학교 사이에서
부모님과 후배들 사이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갈등해야하고

남들은 다 웃으며 잘 사는데
우리 사는 건
왜 이리 힘드나

부모님의 사랑, 후배들의 사랑
다 같은 사랑인데
왜 갈등해야 하나

그래, 그렇겠지
기필코 그 사랑 어우러질 날 오겠지
기필코 갈등없이 살아갈 날 오리라
똑같이 사랑주고 사랑받는 삶이니까!


갠 지갱















나는 생각한다.



장마비가 주룩 주룩 내리던 날
나는 생각했다 그들을
어느 쓸쓸한 거리를 걷고 있을까?
축축하고 으슬으슬한 밤에
어느 곳에서 눈을 붙일까

했볕이 쨍쨍 내리 쬐던 날
팍팍하고 후덥지근한 공기를
들이 쉬며 내쉬며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그 보다도 더 숨이 턱턱 막히는 사회속에서
그들은
어디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까

바람 선선한 어느 저녁에
나는 또 생각한다
그들은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맑은 하늘이 서럽지나 않을까
자유로운 생각이
몸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다.. 생각하다...
놀지는 하늘을 보니
눈가에 놀이진다

놀이 지고,
깜깜한 밤을 또릿또릿하게 새운 그들은
동트는 것을 먼저 보리라.




수배자 친구, 후배들을 생각하며.....

갠지갱



알 수 없는 눈동자


어지러운 가정사를
아주 천연덕 스럽게 얘기하는데
눈가엔 눈물이 고인다

어찌된 일일까

을육상가 철거반대 투쟁을 보고
컴퓨터로 작은 자보를 만들어 붙이며
토론해 보자고
살며시 제안한다

얼마나 준비했을까

항상 듣는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가끔 울먹인다
그리워 진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그녀의 마음을 담을 수 있을까

그녀의 컴퓨터를 만지며
그녀를 느껴본다
까만 눈동자가 여기를 향했겠지
빨간 다람쥐를 손에 쥐고
또각 또각
음악도 들었겠지
키보드를 쓰다듬으며 다람쥐를 어루만지며
책을 보듯 깜해졌을 눈동자를 생각해본다

함께 앉아 테트리스를 하고싶어 했던 그녀
시디롬으로 음악을 듣고 싶어 했던 그녀
그녀의 마음을
내가 더듬어 본다

그녀를 그리워 하며......
알 수 없는 그녀의 눈동자가 보고 싶어 진다......


-- 갠 지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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